디자이너맘의 <치앙마이 한 달 살기> 1편

 

하루하루 반복된 삶은 치열했지만, 피로했다.
곁이 그리워서, 또는 흐릿해지는 존재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SNS를 기록해나가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어디론가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그곳이 "치앙마이"여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행운이었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육아 동지, 여러분들의 건배를 빌며,
삶의 '에센스'를 맛 본 이번 여행을 함께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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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태국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컬러감.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깔들.
주스 또한 컬러가 예쁘다.

 

 옆에 놓고 수시로 보는 바이블, <디자이너가 일하는 규칙 125>라는 책이 있다.
여기 보면 '여성이라면, 어머니가 되어 보라'는 구절이 있다.
엄마가 되어 보면, 일과는 다른 세계를 가져 균형을 이룰 수 있고,
다른 경로를 통해 일에 도움이 되는 발견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엄마의 다정함과 강인함을 체득한다면,
어떠한 상황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를 해준다.

 

육아의 과정은 사실 혹독한 극기 훈련 같아, 그 어떤 말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육아는 쳐내기 바빴고,
눈을 잠깐 붙이면 다시 하루가 시작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철인 3종 경기...
다행인 건,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도 엄마인 나도 조금씩 자랐고, 강해지더라는 것.
나에게 육아(育兒)는 다름아닌 육아(育我)였던 것이다.

 

아들과 조카 남아들을 파트너 삼아 과연 여행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그 누구보다 강한 에너지를 가진 이 파트너들은 그 어떤 여행 동행자들보다 재밌는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에서 스트레스가 풀렸고,
끊임없는 아이들의 질문 속에서 나의 호기심이 깨어났다.
어딜 가든 유연하게 적응하는 아이들은 스승이었으며,
덕분에 몸과 마음이 모두 가득찬 여행이 될 수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제일 먼저 소개하고 싶은 것은
디자이너 예술가들의 공동체!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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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낀 치앙마이의 결정체는 페이퍼스푼. 자연친화적이고 소박하고 작고 디테일하고 풍요롭다.
앵글 하나하나마다 다 꽉 찬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버릴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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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제일 어려운.

 

1. 페이퍼스푼

 규모로 보면 <페이퍼스푼>은 꽤 작은 곳이다.
하지만 그 영감은 꽤 강렬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꽉 찾 앵글.
버를 것도 더할 것도 없는 페이퍼 스품은
그 자체로 치앙마이가 어떤 곳인지 말하고 있었다.
단단한 내공, 공들인 시간, 서루르지 않는 애티튜드,
친절하지만, 단호한...어쩜 이렇게 멋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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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화장실을 그대로 펼쳐 놓는 자신감! 1리터 정도의 바가지 두 번으로 해결되는 뒷처리에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가 쓰는 양변기의 한 번 물의 양은 10리터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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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톤의 프리젠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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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탐색하고 자기 놀이에 빠져드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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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커피숍.
공간의 배치가 자유롭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녹색 식물과 공간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2. 펭귄 빌라

번쩍번쩍 화려하지도 않고,
거대한 규모에 압도되지 않으나
일상 속에서 부단히 노력하는...일상의 단단함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행 초반에 방문했던 곳인데, 내내 그 진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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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고양이와 놀고, 나무와 놀고, 집에 가자고 보채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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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모습 또는 그 결과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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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듯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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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예 숍들이 모여 있는 반캉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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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섯번을 리필해먹은 진짜 불맛의 바베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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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열리는 야드 세일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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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영감을 받은 작업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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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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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무드가 그대로 드러나는 그들의 아트웍.
 

3. 반캉왓

 Baan=Home, Kang=near, Wat=Temple
사원 근처에 있는 집이라는 의미의 반캉왓.
10여 개의 갤러리, 카페, 식당, 게스트하우스 등
수공예 숍이 모여 있는데
1층은 작업실 겸 숍으로, 2층은 살림집으로 쓴다.
토요일에 열리는 야드 세일이 특히 재미있다.

 

 

 천천히 살아야 할 앞으로 시간들의 해답은 이곳, 치앙마이에 있는지도 모른다.
꼭 필요한 것들만 스스로 만들어 내는,
돈보다 시간과 노력으로 빚어내는 일상생활 속 예술.
장터에 북적이는 사람들,
신선하지만 오히려 포장은 최소화하는 일상.


번쩍이는 높은 건물로 휘황찬란한 도시는 아니어도
벽면마다 장소와 잘 어울리는 그라피티들,
아날로그적으로 천천히 흐르는 시간 같으면서도
카페 곳곳에서는 초고속 와이파이를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우버로는 어디든 갈 수 있다.


IT와 IOT를 결합해서,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낭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것들은 자급자족하는 신구석기시대.
일상생활을 아트로 만드는 삶의 방식을 가진,
너무나 매력적인 치앙마이이다.

 

 

 

 


모던마더, 정재경 @jaekyung.jeong 
 

Minimal, Colorful, Joyful and Useful! 
자신을 모던마더라고 부르는 정재경씨는
<더리빙팩토리> 대표이자, 엄마, 아내, 디자이너...무엇보다
"정재경"이라는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여행자이다.

디자이너맘의 <치앙마이 한 달 살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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